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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김환기 전 - (4) 뉴욕시대 작품들

공연,전시에 가다

by primeworks 2012. 3. 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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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으로 대표되는 뉴욕시대 작품은 갤러리현대 신관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963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커미셔너로 참여한 김환기 화백은
그 곳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작품을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품의 사이즈 면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했던 완전한 구상작품으로는 세계에서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모든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50살의 나이에 뉴욕으로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4) 뉴욕시대 (1963년~1974년)

<무제 V-66>-1966년

신관에 들어서면 처음 시야에 들어오는 푸른색의 작품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파란 빛의 그림 4점은
정말 가슴이 시리도록 푸른 감동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본관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

완전히 추상으로 넘어간 그림에서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변신을 꾀하려고 몸부림 친 화가의 집념이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무제 뒤에 붙은 숫자는 제목이 아니라 제작년도를 의미하며
거꾸로 읽고 66년 5월에 제작된 것이라는 의미.
그리고 추상화에는 그림에 서명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요.

<아침의 메아리>-1965년

아침의 맑고 청명한 기운을 주는 작품입니다.

그냥 보면 푸른색의 화면에 색점이 있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밑에 보이는 큰 곡면으로 달을, 푸른색으로 하늘과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동그라미나 네모 등의 요소로 간략히 표현된 그림들의 제목은
무제이거나 자연과 관련이 있거나 또는
'플룻 솔로', '아침의 메아리', '밤의 소리' 처럼 음악과 관련된 것이 붙습니다.

우리 강산의 해와 바다, 산을 닮은 빨강, 파랑, 녹색의 색점이
화면에 율동감 있게 배열되어 있는 그림은
음악을 눈으로 보여주는 시각화 작업을 계속 발전시키신 것이죠.


이제 신관의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그림들을 만납니다.
바로 김환기 화백의 점화입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 그림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한국미술대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으면서
구상 중심이던 당시 우리나라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김환기 화백을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일반 캔버스가 아닌 면을 사용했고
동양적인 느낌을 위해 면에 아교를 먼저 바르고 그림을 그려서
보통 유화에서 보는 번들거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그림은
그래서인지 바라보고 있을수록 무언가 애절한 느낌이 짙어집니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작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 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1970년 1월 27일 일기)

아무렇게나 휙휙 찍고 나간 점이 아니라
먼 타국 땅에서 우리나라를 생각하고 가족과 친지, 제자들을 생각하면서
점 하나 하나를 찍었다는 김환기 화백.

무수한 점들을 바라 보면서,
그 점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과 번짐들을 바라 보면서
저 또한 많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10만 개의 점>

200호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자잘한 점들... 정말 10만개일까 의문을 갖게 하는 그림입니다.

얼마 전 갤러리에서 강의를 하고 가신 유홍준 교수님께서
본인 만의 기준으로 세어 보았는데 점이 10만 개가 맞다고 하셨다는군요.

점 하나를 세 네번씩 반복해 찍었고
점을 둘러싼 사각 테두리도 세 네번씩 반복해 선이 아닌 하나의 면으로 표현된 걸 생각하면
점의 개수를 뛰어넘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햇볕도 들지 않는 반 지하 아틀리에에서 선 채로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16시간 이상 작업했다는 화가...

그 열정으로 한 달에 한 작품,
평생 3천 여 개라는 어마어마한 작품을 남긴 김환기 화백은
건강까지 소진하며 불태운 열정으로 61세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정말 다양한 변화로 마지막까지 많은 시도를 했던 화가.
그 곁에는 훌륭한 내조자였던 '김향안 여사'가 계셨습니다.

남편이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대외활동을 도맡고
예술적 업적을 국내와 해외에 널리 알리며
화백이 돌아가신 후에는 책과 일기, 글을 모아 출판하고
부암동에 환기미술관을 건립하는 일까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혼을 불태운 김환기 화백과
그 곁에서 함께 꿈꾸며 동행했던 김향안 여사.

두 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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