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르는 자신을 '이.미.지. 전.달.자' 라고 하더군요.
출판인, 전시기획자, 아트디렉터, 영화 및 CF제작자...
한 사람이 이루었다고는 볼 수 없는 업적들.
그 열정과 천재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델피르의 사진인생 60년을 위해
그의 친구들이 헌정한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사진전을 원형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 때 전시내용을 300여 평의 공간에 압축하여 전시하였다고 합니다.
section1. 사진의 역사와 만나다.
처음 사진이라고 명명했던 사진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역사를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그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델피르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2009년 아를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섹션이라 하더군요.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포토포슈>.
델피르는 문고본 사진집 시리즈 <포토포슈>(주머니 속 사진)를 창간하여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진집을 펼쳐볼 수 있게 하여
사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section2. 세기의 사진책을 만나다.
로버트 프랭크 '미국인들' 중 <퍼레이드>
아메리칸 드림 이면에 있는 미국의 물질만능주의와 고독 등을 잡아낸
로버트 프랭크의 작품 <미국인들>을 비롯해 델피르가 만든 사진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 가운데 앉아서 사진책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쉬면서 찬찬히 작품을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section3. 신화가 된 사진을 만나다.
사진계의 역사가 된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요.
큐레이터 분이 그러시더군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카르티에브레송'만은 기억하라고.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이 왜 훌륭한가... 잘 모를 수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더라고요.
브레송은 인물과 상황의 진수라고 할 만한 순간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에 동물적 감각을 보여줬던 작가라고 합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생 라자르역 뒤에서>
결정적 순간을 잘 보여주고 있는 유명한 사진입니다.
널판지 울타리의 갈라진 틈 사이로 들여다 보고 있다가
한 남자가 껑충 뛸 때에 울타리 틈새로 카메라를 넣어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남자의 모습과 뒷 배경 생 라자르 역 담벼락에 붙은 서커스단 포스터의 댄서와
동작이 일치하는 점도 미리 계산된 것이겠지요.
브레송의 사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보는 이들로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
브레송이 담은 결정적 순간들은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놓치기 쉬운 일상의 유머를 보여줍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 <엑소더스_이라크>
브레송 말고 또 기억에 남는 작가는 세바스티앙 살가도입니다.
브레송의 뒤를 이어 사진 잘 찍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명성에 걸맞는 사진들이었습니다.
고양 아람누리에서 살가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고 하는데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진.
미셸 반던 에이크하우트의 사진.
애완동물과 주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진지하고도 슬픈 시선으로 유명한데요.
미셸 반던 에이크하우드 <Naked dog>
주인의 검버섯, 바람에 날리는 백발, 질끈 감은 눈, 굽혀진 손까지 닮은 개의 모습.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반려자로서의 개의 모습을
잘 담아낸 사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section4. 영화로 만나는 거장의 숨결
몇 편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델피르의 아내인 '사라 문'이 직접 만든 <이미지 전달자, 델피르의 초상>은
좀 길지만 델피르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꼭 봐야할 영화입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인터뷰를 참 잘했어요.
델피르가 해 온 작업과 그의 철학, 품성 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 처음에 보아도 좋고, 다리 아프고 지칠 때 영화 보면서 쉬어 가세요.
델피르가 말하더군요,
'단순히 본 것을 찍는 사람은 기능인이다.
생각을 담아내야 예술가이다.'
'구도에 의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그리고..
델피르처럼 좋은 사진을 알아보고 골라내는 안목이 교육 가능하냐고 묻자...
'호기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가능하다...그러나... 기본적으로 타고나야 한다...' ㅠㅠ
세계 사진의 역사를 만들어 낸 주역들의 작품과 그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잘 기획된 전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며
그 속에서 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델피르에게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되는 전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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