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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색채의마술사 샤갈

공연,전시에 가다

by primeworks 2012. 3. 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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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겨울방학이 마무리된 평일의 오전시간.

미술관의 북적거림을 싫어하는 저는
하루 월차를 내고 샤갈전에 다녀왔습니다.

천천히 그림을 둘러보고, 보고 또보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가와 그림에 대한 뒷이야기도 듣고 하려면
방학이나 주말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
잘못하면 그림이 아닌 사람 구경만하고 옵니다.
특히나 샤갈전과 같은 대형 인기 전시회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요.^^

미술관 홈페이지에 보니
쾌적한 관람시간 안내가 있네요. 꼭 참고하세요.^^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 화가.
샤갈은 20세기 혼란의 시대, 변화무쌍했던 당시 미술사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잃지 않고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그림에 담아냈던 화가입니다.

샤갈의 그림은 어렵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대로 이해하고 느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화를 읽어가듯 화면이 서술적이고 보이는 그대로이면서 직접적이고 솔직합니다.

샤갈의 작품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주제들은
사랑에 빠진 연인, 서커스, 성서인데요,

이번 전시는 샤갈 작품의 총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시대별이 아닌
6개의 테마별로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부: 나와 마을, 러시아 시기
2부: 성서 이야기
3부: 사랑과 연인
4부: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5부: 서커스
6부: 종이작품

태어나서 청년 때까지 살았던 러시아에 대한 향수와 기억이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난
러시아 시기의 그림이 샤갈예술의 최고의 걸작들이 탄생한 때라고 합니다.

<도시 위에서> 1914-1918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이란 시가 있죠?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카페도 많고요. ^^

그 문구가 생각나는 이 그림은 러시아의 눈 내리는 회색 하늘 빛을 닮은 배경에
아래에는 샤갈이 살았던 러시아 비테프스크 마을의 전경이 펼쳐지고
그 위로 두 연인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여인은 아내 벨라이고요, 벨라와의 행복한 관계, 사랑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샤갈은 평생 단 두 여인만을 사랑하죠.
첫 부인 벨라와 벨라가 죽은 뒤 만난 두번째 부인 바바.
예술가는 바람기 가득한 사람이 많던데 샤갈은 역시 순수한 영혼만큼 사랑도 참 예쁘게 했네요.

그림 왼쪽 아래 조그마한 무언가가 있지요?
바로 엉덩이를 까고 담벼락 밑에서 볼 일 보는 사람입니다. 샤갈의 위트가 느껴져요. ㅎㅎ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1920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대표작은 바로 러시아 시기에 제작된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인데요.
1920년 모스크바에 있던 유대인 극장 내부 장식화로
천장그림을 빼고 벽화 7점이 아시아에서 처음 전시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장식화는 미술관 3층에서 나중에 볼 수 있었는데요.
규모가 어마어마하면서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그림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오디오가이드나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보시면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왼쪽 검은 옷을 입을 사람에게 안겨서 등장하는 샤갈.
왼손에 팔레트를 들고 있지요.
자, 제 그림의 세계는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입장하고 있습니다.

절대주의를 풍자하는 의도로 사각형 도형도 그려넣고,
울고있는 절대주의 권위자 말레비치도 보이고
노아방주 때의 무지개, 다윗의 별도 있고...
공연을 즐기고 있는 샤갈 자신과 벨라, 딸 이다도 있고...
다양한 인물과 의미들... 그림을 직접 보시면서 한번 찾아 보세요~

<다윗 성채> 1968-1971

성서이야기 섹션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윗을 표현한 그림인데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등에서처럼
많은 예술가들이 다윗을 골리앗을 이긴 다윗, 왕으로서의 다윗으로 표현했지만
샤갈은 다윗을 하프를 켜며 노래하는 음악가로서 표현했습니다.

왕이기 이전에 경배자로서 시와 음악에 능했던 다윗 본연의 모습을 간파한 걸 보면
성서에 대한 이해도 깊었던 것 같아요.

<파란 서커스> 1950

서커스는 샤갈이 즐겨 그린 주제인데요.
광대와 곡예사의 행동과 색채가 샤갈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중력과 평형의 법칙을 초월한 듯한 서커스 공연은
꿈과 환상을 추구하는 샤갈의 그림과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지요.

<다프니스와 클로에, 권두삽화> 1961

이 화려하고 예쁜 색감을 보세요.
과연 색채의 마술사란 이름이 아깝지 않네요.
전시회의 마지막 섹션에는 종이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샤갈은 프랑스에 망명해서 살아가는 동안 지중해의 삶에 영향을 받아
초기 러시아 시기 때 보다 훨씬 빛이 가득한 밝은 색감으로 표현하게 되었답니다.

다리 아픈 줄 모르고 흠뻑 취해있던 샤갈의 그림 세계.
어린아이의 그림일기 같은 샤갈의 그림을 보고 미술관을 나설 때 쯤에는
제 영혼이 맑고 깨끗해진 것 같았습니다.

샤갈은 그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따뜻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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