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텍사스...
영화 제목을 보면 프랑스 파리와 미국의 텍사스 두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인가...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영화 제목은 미국의 텍사스 주에 있는 '파리'라는 지명이랍니다.
미국에도 'Paris'가 있는 셈이군요.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멍한 눈의 남자...트래비스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부터 소개되는 아들 헌터...
가정용 비디오로 찍어둔 영상 속에 첫 등장하는 제인...
실어증과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이
하나 하나 기억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아프고 힘든 삶의 히스토리에 직면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차라리 기억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답답함이 차라리 나았을 것을...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 또한 고통이겠지요.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씩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싶은 순간들이 있게 됩니다.
감당하기 버거운 인생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에겐
영화 '맨인블랙'에서 보듯이
기억을 지우는 광선 한 번 살짝 쐬는 것이
소원 중의 소원이기도 하겠지요.
아픈 과거를 기억 못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아프더라도 나의 과거와 대면하는 것이 나을까요.
인생의 상처가 깊을수록 쉽지 않은 대답일 것 같습니다.
빔 벤더스 감독은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 속에서도
그의 타고난 감각을 살려
멋진 영상미를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노란 사막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그위를 달리는 파란 자동차
녹색빛 병원...파란 빛 어둠 속 노란 불빛...
트래비스가 닦아놓은 색색깔의 구두 등등...
그리고...
빨간 셔츠를 입고 제인을 찾아나서는 트래비스와 아들 헌터...
빨간 차를 타고 주유소에 나타난 제인
업소에서 빨간 스웨터 원피스를 입고 트레비스를 맞은 제인.
의미 있는 색의 조화로 더욱 살아나는 감독의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실어증과 기억상실에 걸릴 만큼 잊고 싶었던 가족간의 상처를
가족을 찾아나서면서 하나씩 기억해내고
다시금 아파해야 했던 트래비스...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음악과 함께 묻어나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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