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어요.
가난은 전염병 같아서
대를 이어 내가 아는 사람 전부를 감염시켰죠.
내 자식은 안 됩니다. 더는 안 됩니다.”
토비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출소한 형과 함께 은행을 털고
그들의 뒤를 두 명의 보안관이 추격합니다.
영화 전체가 서부극의 느낌을 닮았지만
착취의 역사가 현재까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고발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차용된 배경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번엔 군대가 아니라
은행이 그 후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보안관 알베르토의 탄식이 이를 방증해 줍니다.
탐욕스러운 거대자본은
궁지에 몰린 서민들의 약점을 이용해
대출과 빚을 종용하고
서민들의 삶을 황폐화시켰죠.
목격자에게 은행털이범의 인종을 묻는 보안관에게
"피부색이요, 영혼이요?"라고 되묻는 장면 또한
이제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그 누구라도
거대자본에 시쳇말로
'그 영혼을 탈탈 털릴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사회에서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극단적인 이기심을 부추긴 것은 아닐까요.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분명 형제의 범죄가 옹호될 수는 없지만
사회룰을 지키며 평범함게 살아가고자 한 보통사람이
도탄에 빠져버리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선량한 시민이었다가 절박함에 은행털이범이 된 '토비'와
교도소를 들락거리지만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가족애가
남달랐던 형 '태너',
은퇴를 앞두고 사건을 맡아 관록을 보여주는 '마커스',
마커스와 옥신각신하는 사이지만
파트너로 함께 하는 '알베르토'가 이끌어가는 영화는
명성답게 훌륭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묵직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탁월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곳곳에 숨은 유머러스함이 재미를 더하는
참으로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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