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에 있는 배재학당역사박물관.
항상 대형 전시로 북적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을 뒤로하고 후문쪽으로 가면 바로 연결됩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부담스러울 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배재중고등학교가 1984년 강동구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동쪽의 교사로 사용하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배재학당은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가 1885년에 세운 학교로
처음에는 주변의 민가를 사들여 교사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교정에는 동관, 서관, 대강당, 기타 현대식 교사 등 많은 건축물이 있었는데
이전하거나 철거되고 현재의 건물만 남아서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지요.
입구에서 안내책자를 챙겨 제일 먼저 가 본 곳은 교실.
재현해 놓은 교실에 유독 가운데 한 책상에 앉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다른 책걸상은 최근에 그냥 만들어 놓은 것이고
낡고 허름한 가운데 책걸상은 옛날 실제로 사용했던 책걸상이라고 합니다.
교실에 앉아서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배재학당 홍보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층에는 배재학당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물도 전시물이지만 공간의 미적 요소가 시선을 더 사로잡더라구요.
영상물과 사진들이 잘 어우러져 배재학당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재학당이 배출한 우리 근대사의 걸출한 인물들도 만나실 수 있구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모습도 분위기 있고 예쁘네요.
2층에는 아펜젤러 선교사와 그 가족들의 눈에 비친 당시의 조선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전시가 이어집니다.
선교사로서 한국에 와서 희생하고 헌신한 그와 그의 가족의 삶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과 함께 살고 호흡하며 느낀 여러가지를 적어놓고 사진으로 남겨 놓은 것을
한참의 세월이지나 바라보는 느낌이란...
"김치는 폭발하는 화산 같은 맛이 나는데 멋모르고 이 매운 음식을 한입 먹을 때는
원치 않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의 주택은 일본의 것보다 훨씬 특특하고 따뜻하며
중국의 것보다 훨씬 안락할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온 보통의 근대적 크리스천이 세대어 사는 것도 간편했다."
"잔학과 억압이 없었다면 이 여인들이 이렇게 혐오스러울 정도로 추악할 수 있겠는가?
유교와 게으른 남성들 그리고 국가의 무관심으로
그녀들의 얼굴을 도저히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개로 외장을 두른 성경책.
스페인에서 제작한 것으로 결혼할 때 여성이 혼수로 가져갔다고 하는데
왠지 자주 읽어야 하는 성경책 본연의 기능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장식품으로서는 정말 고급스럽고 예쁜 성경책이었습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건물은 외장의 벽돌구조가 뛰어나고 정면 현관과 양 측면 출입구의 부재들이
건립 당시의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한국 근대건축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옛 배재학당의 건물을 마주하고 우뚝 서 있는 배재대학교의 건물.
아담한 규모의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은 마음이 차분해 지고 또 한편으로 숙연해지는
작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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