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나타>는 도쿄의 한 전형적인 가족이 주인공이다.
가장인 류헤이 사사키는 보통 일본 샐러리맨들이 그렇듯 그의 일에 매우 헌신적인 사람이고
메구미는 두 아들과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아내이다.
영화는 가장인 류헤이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열려진 창문으로 들이치는 거센 빗방울과 강풍은 곧 이 가정이 겪게 될 풍랑을 예고한다.
가장의 권위를 중시하는 류헤이는 퇴직사실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아침에 출근해 공원에서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떼우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사춘기로 방황하던 큰아들 다카시는 미군에 지원하고
막내 켄지는 급식비로 몰래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가족들 뒷바라지로 존재감을 상실한 메구미 역시 점점 외로움에 지쳐간다.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겉모습.
그러나 각자 자신만의 비밀을 하나 씩 품고 아슬아슬한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어느 날 류헤이의 퇴직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위태하던 가정은 그날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한국판 포스터는 넘 감성적이야. 이 포스터가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살리는 듯하다.)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겠어. 정말 다시 시작하고 싶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다른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쩔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울부짓던 그들의 절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답답했다.
경제위기로 거리로 내몰렸던 많은 직장인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고통받았고 지금도 신음하고 있는 가족들.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꿈을 잃어 버리고 방황하는 젊은이들.
외부 세계의 거대한 힘에 의해 휘둘리며
무방비상태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안타까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뺑소니 차에 치여 쓰러진 류헤이.
현실도피를 강행한 메구미.
미군의 전쟁터로 파병될 위기에 처한 다카시.
무단승차로 구치소 신세를 진 켄지.
그러나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침몰의 이야기 뒤에 감독은 희망을 암시하는 반전을 숨겨 두었다.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그들의 삶에 달빛 소나타가 연주된 것이다.
되살아난 류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메구미.
삶의 목표를 발견한 다카시.
피아노 콩쿠르에서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는 켄지.
환상 같은 엔딩이 조금은 갑작스레 느껴졌지만
잔잔히 연주되던 드비쉬의 피아노 소나타로 감독은 희망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초래하는 소외와 상실, 단절에 대한 해답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는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세 가지 색 블루 (Trois Couleurs Bleu, 1993) (0) | 2012.03.05 |
---|---|
훗타라케 섬: 하루카와 마법의 거울 (2009) (1) | 2012.03.05 |
아들의 방 (The Son's Room, 2001) (0) | 2012.03.05 |
블라인드 사이드 (The Blind Side, 2009) (2) | 2012.03.05 |
싸이코 (Psycho, 1998) (0) | 201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