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의 정신분석적 해석: 인간의 개별성과 공감에 관하여(2)
- 5월 20일 양화진문화원 목요특강,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강의 내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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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성의 존중]
그 사람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 그 사람의 현재감각에 집중한다는 것.
인간의 개별성,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만의 감각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진짜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이고 그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고 집중하고 돌보면서
그 사람이 그 감각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잘 겪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 예)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자
'너 이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라'라고 이야기 함.
1차 트라우마인 성폭행 자체도 여학생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지만
실제 그 여학생의 허리를 꺾어 놓는 것은 엄마의 반응, 2차 트라우마이다.
내가 겪은 고통을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엄마에게 어렵게 꺼내놓았는데
엄마가 그런 경험을 한 나를 부끄러워 하거나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면
'이런 경험을 한 나는 이제 이 세상을 더이상 살아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자살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제 난 아무데서도 어떻게 해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무엇을 도와주려는 마음 버리고,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저 그 고통이 얼마나 아픈 것이었느냐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이 겪은 고통을 이야기 하게 하고 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에게 흡수되고 있다는 것을 평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도움이다.
실제 성폭행을 당한 아이를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는
성폭행의 과정과 당시의 감정을 상세하게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상담을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는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라는 마음으로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고통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무의식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균형감각]
사람은 반드시 자기 살 길을 찾게 되어 있다.
인간마다 마음 속 깊이 건강한 심리적 안테나를 작동시키며 살고 있다.
이것을 엄한 것으로 차단하고 교란시키지만 않는다면
한 두번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가 살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옆에서 볼 때는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것 같아도
그 사람은 자기 감각을 바탕으로 열심히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지 못하고 몇 가지 잣대로 심리적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 예) '그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잘 나가는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그 사람 내면에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는 것.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한 사람의 개별성에 집중하는 것이고
그 개별성이 인정되고 받아들여지고 격려가 될 때
그 사람은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을 느낄 수 있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극대화된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그의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숨참기]
자연스러운 감각, 내 안에 있는 것들의 건강한 순환들이 막히고 차단되고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리적인 숨참기'가 한 인간을 병들게 한다.
우리가 겪는 모든 심리적인 문제는 '숨을 참는 것'에서 온다.
내 감각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내가 누군가의 숨을 참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닌데, 내가 꼭 이걸 원하는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 멈추어 보자.
멈칫하는 순간에 머무는 연습을 많이 할 때 내 현재감각이 살아난다.
그럴 때 더불어 주위사람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일도 줄어들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얘기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